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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86% 현장체험학습 폐지 또는 법적 보호 강화될 때까지 중단해야 (전북미래교육신문)
교사 민·형사상 책임 과해..현장학습 중단해야 (전주MBC)
전북교사노조 “현장 체험학습 중단해야” (KBS)
안전한 교육활동 보장 전까지 현장체험학습 전면 중단하라 (전라일보)
전북 교사 85%, 현장학습에 부정적…45%는 전면 폐지해야 (뉴스1)
신학기인데, 교사들 봄소풍 기피 확산…법적 책임 부담 걱정 (중앙일보)
전북지역 교사 85% 현장체험학습 실시 반대 의사...현장체험학습 사라지나 (전북도민일보)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과된다는 인식이 교육 현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교사노조가 도내 교원 13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4%가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하거나 법적 보호 장치가 강화될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22년 11월 춘천의 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중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고 이후 법원이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2025년 2월 11일)을 계기로 실시됐다. 전북교사노조는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도내 유·초·중·고·특수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교사 책임 면책 조항, 현실에선 무용지물
2025년 6월 21일부터 시행 예정인 학교안전법 개정안에는 학교장 및 교직원은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하여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지만, 응답자의 74%는 이 조항이 교사 보호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을 맡고 있는 정모(가명) 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움직일 때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안전조치의무를 다했다는 기준이 너무 애매하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 교사의 잘못으로 몰리는 현실에서 이 조항은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설문 응답자들은 개정안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이유로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의 기준이 모호하다(88.7%), 해당 법안이 신설되어도 교사의 도의적 책임 추궁 및 전가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83.4%), 사고 발생 시 교사의 안전조치 의무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76.1%) 등을 꼽았다.
90% 이상 학교가 현장체험학습 계획 중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91.4%가 소속 학교에서 2025학년도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86.4%가 현장체험학습 폐지 또는 중단을 원한다고 응답한 사실이다. 이는A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의견과 무관하게 현장체험학습이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응답자의 36.2%는 현장체험학습 계획 수립 과정에서 교사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거나 아예 없었다고 답했다. 전북 익산의 중학교 교사 이모(가명)씨는 학교 행사는 전시성,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리자의 결정으로 추진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교사들이 말하는 30가지 문제점
설문의 마지막 문항인 현장체험학습 실시와 관련하여 제언 및 바라는 점에 대한 응답에서는 교사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드러났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를 30가지 주요 의견으로 정리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과도한 책임 부담이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십 명의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통제하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의 교직 생활이 파탄 나는 현실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체험학습을 하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교사 안전 무시도 자주 언급됐다. 중학교 교사 한 명은 학생 안전만 강조하고 교사의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며 교사도 인간인데 과로와 스트레스 속에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인솔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시대착오적 인식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제는 가정에서의 체험학습이 보편화되어 굳이 학교에서 획일적인 체험학습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이후 가족 단위 여행이 늘어난 상황에서 학교 주도 체험학습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다.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도 문제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다면 필요한 보완책으로는 학급 인솔자가 2인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인력 보강(52.1%), 현장체험학습 안전 책임자로 관리자 의무 동행(51%), 현장체험학습 안전 예방교육 가이드 및 매뉴얼 보급(50.6%) 등이 제안됐다.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3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한 명의 교사가 인솔하는 현재 구조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최소한 학급당 2명 이상의 인솔자 배치와 함께 안전 책임자로 관리자가 동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무 과중 문제도 심각했다. 한 교사는 현장체험학습 한 번 나가려면 사전답사, 안전교육, 차량업체 선정, 보험 가입, 각종 서류 작성 등 엄청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규 수업을 하면서 이런 업무까지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체험학습 방식 고민해야
일각에서는 학교 현장체험학습의 효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됐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대부분의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적 효과보다는 단순 놀이 위주로 진행되는 현실이라며 진정한 체험학습이라면 철저한 사전 계획과 교육적 의미가 담겨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를 통한 간접 체험으로 대체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면 안전사고 위험은 줄이고 교육적 효과는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한 전북교사노조는 ▲안전한 교육 활동이 보장되기 전까지 현장체험학습 전면 중단 ▲교사 의견 수렴 과정 의무화 ▲부득이 실시 시 관리자의 안전 책임자 동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교사노조 정재석 위원장은 현재 시행 예정인 학교안전법 개정안 보다 더욱 강화된 법률개정이 필요하고 교사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게 되면 안전 책임자로 관리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곽효준 기자 등록 2025.02.28 17:56